지난여름, 더위도 심하고 비도 지겹게 내려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변한 것 같다고 하던 것이 무색하게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게 찬바람이 분다. 미처 준비할 새 없이 환절기를 맞은 우리 가족을 위해 간단하지만 실속 있는 건강법을 소개한다.
이제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가을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더위를 피하느라 급급했던 여름을 생각하면 가을처럼 기다려 온 것도 없지만 가을로 가는 환절기에는 우리 몸을 힘들게 하는 몇 가지 복병이 숨어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폐 기관지의 기능저하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인데 [동의보감]에서는 여름철에 잠복된 삿된 기운이 가을에 폐질환의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고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왜 환절기에는 건강에 특히 더 유의해야 할까?
무덥고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에는 우리 몸이 열 생산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적응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환절기에 접어들면 심한 일교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적절한 체온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쉽게 피곤해지고 저항능력이 떨어져 감기 같은 환절기 질환에 잘 걸리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장상론’이라는 이론이 있어서 인체의 장기와 구석구석의 조직 간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가을은 오행상 금기(金氣)에 속하는데 여기에는 인체의 폐, 기관지, 피부, 코, 모발 등이 배속된다. 즉, 금의 기운에 이상이 생긴다면 이들 기관과 조직들 또한 무사하지 못하다는 얘기이다. 금기의 이상에 의한 질환과 증상으로 보자면 기침, 가래, 천식,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 만성 비염 등이 그것으로 모두 같은 원인을 가진 질환들이다. 이러한 증상들이 폐가 약해지기 쉬운 환절기에 심해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 원리인 것이다.
가을철로 넘어가는 환절기의 계절적 특징을 말하자면 건조함을 빼놓을 수 없다. 건조한 가을에는 몸도 건조하기 쉬운데 이로 인해 여러 질병들이 일어난다. 특히 과음이나 흡연, 심한 운동, 잦은 사우나, 자극적 음식들은 몸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초가을에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피부건조증 등과 같은 질환이 유발되기 쉬운 것이다. 이 무렵에 특히 조심해야 할 질환이 비염인데 아침에 일어나 재채기가 나온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밤새 떨어졌던 기온이 콧속의 공간인 비강마저 차게 만들어서 점막을 자극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비염은 냉한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코 점막을 부드럽게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를 위한 약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콧물만 멈추는 치료보다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 하겠다.
온 가족에 맞는 맞춤 음식처방
자 그렇다면 가을철 피부 건조와 심한 일교차로 인한 폐질환과 증상을 어떻게 다스리는 것이 좋을까? 병원을 찾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음식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아이들의 환절기 건강에 있어서도 호흡기의 상태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잘 걸리는 질환은 소화기 문제이거나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호흡기를 보호하는 데에는 잣과 호두가 좋다. 호두는 식탁 위에 두고 하루에 2~3알씩 수시로 집어먹을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잣은 성질이 따뜻하고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만성 기관지염에도 좋기 때문에 아이뿐만 아니라, 폐가 약하고 대장 기능이 약해져서 생기는 노인성 변비에도 좋다. 잣을 먹을 때에는 잣죽을 끓여 먹거나 수정과나 식혜에 고명으로 올려 마셔도 좋다. 늦가을인 10월~11월에 채취하므로 가을에 제격인데 오래 저장하려면 껍질을 까지 않고 두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지방이 많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소화 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적당량 먹는 것이 좋다. 호두 또한 호흡기와 장에 좋은데 폐와 대장이 한의학의 장부상통이론에 맞춰 형제장기이기 때문이다. 잣과 마찬가지로 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
남자들의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에는 자양강장 작용과 폐 기능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 더덕의 경우는 성질이 차고 맛이 약간 아린데, 이 찬 성질이 폐 기운을 돋워주기 때문에 예부터 기관지염, 기침에 약재로 이용되어 왔다. 더덕은 더위에 약해 해발 300m 이상의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것이 품질이 우수한데, 이는 폐가 열에 약한 것과 유사하다. 약으로 쓸 때에는 말려서 달여 먹지만 양념장에 발라 구워내는 더덕구이, 양념을 넣고 무치는 더덕나물, 찹쌀풀을 발라 말렸다가 기름에 지져내는 더덕자반, 더덕을 잘게 쪼개 양념을 해 만든 더덕누름적, 더덕과 쇠고기를 한 조각씩 맞붙여 양념하여 구운 뒤 간장에 담근 더덕 장아찌 등 다양하고, 심지어는 더덕 술로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생강은 비위 기능을 일깨우고, 위장 속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 여름 내내 찬 음료수를 많이 마셔서 배탈이 자주 나고, 설사를 습관적으로 했다면 생강차가 도움이 되는데, 가래를 삭히는 작용도 있어 찬 공기만 만나면 기침과 콧물을 흘리는 사람에게도 좋다. 다만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매워서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는 오미자차, 유자차가 좋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이 있다고 해서 오미자인데 그중에서도 신맛이 가장 많아서 폐가 약해 마른기침을 많이 할 경우에 좋고, 장이 약해 설사를 할 때도 도움이 된다. 유자는 성질이 다소 서늘하고, 신맛과 단맛이 강하다. 건위 작용도 있어서 소화불량, 구역감이 있고 밥맛이 없을 때에도 좋으며 가래를 삭이거나 기침을 멈추는 작용도 한다. 유자는 청을 만들어서 차로 마시면 좋고, 오미자는 잘 씻은 후에 하룻밤 깨끗한 물에 담가두어 자연스레 우러난 물을 마시면 된다. 다만 주의할 점은 오미자의 경우 열을 발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해주는 것이므로 감기 초기에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유자는 너무 많이 마시면 간의 기운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적당히 마시도록 한다.
가까이 있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가족 모두 환절기에도 끄떡없는 건강한 가을을 맞이하자
글: 임명진
에디터: 박유주
사진L 김영주
